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여행

첫 아이, 출산 전날 마흔 아홉번 절한 사연

by 카푸리오 2010. 5. 2.
유재석 나경은 커플이 건강한 사내아이를 출산했군요. 두 사람 참 잘 어울리는 커플인데, 2세까지 얻었으니 앞으로 더욱 행복하길 바랍니다. 

첫 아이는 어느 부부에게나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아마 유재석 나경은 부부도 삶에서 지금까지의 느꼈던 행복과는 다른 좀 더 특별한 기쁨을 누리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부부에게 첫 아이는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사연과 함께 왔습니다.

우리는 첫 아이를 2000년 1월에 만났습니다.
새 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 당시 새 천년을 맞아 밀레니엄 베이비에 대한 관심도 전세계적으로 아주 뜨거웠었죠.
1월 1일 밀레니엄 베이비로 태어나면 정부와 기업으로 부터 엄청난 후원도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도 당시 밀레니엄 베이비를 살짝 기대했습니다.
첫 아이 출산 예정일이 1월 5일. 1월 1일과는 4일 차이인데 보통 첫 아이는 좀 빨리 출산한다는 말을 우겨서 믿었습니다.  우린 내심 1월1일을 외치며  4일 먼저 태어나길 기대했는데 5일 늦게 나오더군요.^^
새 천년 첫 날은 아니지만 새 천년 1월에 만난 우리 큰 아이,
아무탈 없이 건강하고 예쁘게 태어났으니 우리 부부에게 하늘의 축복이였죠.

첫 아이는 태어나기 바로 전날 아빠의 귀여운(?) 해프닝으로 아주 특별한 사연을 가진 채 태어났습니다.

당시, 산부인과에서는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몸이 좀 약한 아내는 첫 아이를 임신하고 계속 직장생활을 했는데, 임신성 빈혈로 지하철에서 두 번이나 쓰러졌었습니다. 아내와 아이의 건강이 많이 걱정됐었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임산부가 보이면 자리 양보는 선택이 아니라, 절대! 꼭! 해야 하는 필수여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온 생명들입니다. 우리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모든 임산부들이 얼마나 힘들게 10개월을 생활하는지 이해하고 작은 것이라도 항상 도와줄 수 있어야 합니다.


 
 [캠페인]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임산부에게 자리 양보 절대! 꼭! 합시다~ 
 

자리양보하는 나는 한 생명 아니, 두 생명을 구하는 의인이라고 스스로 칭찬하면서 꼭 실천합니다. 작은 도움이지만 임산부와 아이는 양보해 준 사람을 평생의 은인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아무튼, 2번씩이나 쓰러진 아내는 산부인과 검사만으로는 부족해 내과 검사를 병행했고, 임신성 당뇨 판정을 받아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였습니다. 만삭이 되면서 산부인과에서는 임신성 당뇨가 있어 자칫 위험할 수 있으니 제왕절개 분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더군요.

출산일 하루 전 1월 4일. 진통이 산발적으로 오기 시작했습니다. 통상 진통이 시작되고 규칙적인 진통으로 이어지면 병원을 갑니다. 당시 아내는 시계를 옆에 두고 규칙적인 지를 체크 했는데, 아직 여유가 좀 있는 걸로 보였습니다.
구의동에 살때인데 가까운 건대입구역 형집에 갈 일이 있었는데, 아내가 아직 괜찮으니 갔다오라고 해서 잠시 다녀오게 됐습니다.

<< 이 특별한 사연의 발단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

건대입구역에서 막 골목길로 접어드는데 한 여자분이 붙잡더군요. 
자기가 관상을 연구하는 사람인데 내 얼굴을 보더니 뭔가를 염려하는 표정으로 말을 하는데, 

"얼굴의 광채가 짙은 어둠에 휩쌓여 있네요, 혹시 집안에 몸이 아픈 사람이 있지 않나요?"

순간 만삭인 아내가 떠 올랐고,
"있긴 한데,누...구...시죠?

이 여성분 말을 이어가더군요.
아픈 사람이 있고 집안도 뭔가 잘 안풀려 나가지 않냐면서 지금 이대로 두면 다음 세대에도 이 어둠의 그림자가 미칠 것이라고 하는데,

몸 약한 만삭인 아내, 2번 쓰러지고, 임신성 당뇨, 제왕절개.... 이런 단어들이 머리 속에 스쳐가는데 그 자리를 팽계치고 갈 수가 없더군요. 이 여자분 다시, 후손에 아무탈이 없으려면 이 어둠의 그림자를 거두어야 한다면서,  잠시 커피숍이라도 가서 얘기를 들어보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이미 몰입은 시작된 상태인데,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형집엔 들어갔다 바로 나왔고, 근처에 커피숍으로 갔습니다.
차분히 얘길 듣는데, 어찌 그리 잘 맞추는지 그때까지만 해도 직접 점쟁이한테 점을 본 적은 없었지만, 아무리 용한 점쟁이도 이렇게까지 잘 맞출 수는 없을 꺼란 생각이 들더군요. 아내가 만삭인데다 오늘 내일하는, 더군다나 당시 나는 이직하기 위한 잠시 직장을 쉬면서 공부하고 있었던 터라 마음이 실낱처럼 약해져 있었으니 이런 나를 설득시키는 것은 정말 누워서 떡먹기였을 겁니다...ㅎ

허나, 당시의 상황은 절실했습니다. 이 분은 만삭인 아내와 태어날 아이를 위해 홀연히 나타난 구세주였고, 아이와 엄마를 건강하게 지켜줄 수 있는 수호신이였습니다. 조상님전에 정성을 들이면 우리 조상님들이 지켜주신다고 하더군요. 아이가 하루 이틀 사이에 태어날 판이니 당장 오늘 하지 않으면 아이에게도 나쁜 기운이 미칠 수 있으니 오늘 당장 조상님전에 정성을 올리자고 합의를 봤습니다.

이미 저항할 어떠한 의지를 상실한 채 충성스러운 신하가 된 나는 YES!! 로 화답했습니다.
조상님전에 치성을 들이는 상차림 값으로 금액 40만원에 협의 한 채..

바로 집으로 가 아내에게 둘러 됐죠. 친구가 급하다고 돈을 당장 조금 해 달란다고...
(직장 쉬면서 공부하고 있었으니 수중에 몇십만원이 없는 때라 아내의 동의를 얻어야 돈을 쓸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아내는 화를 냈죠.
진통이 오면 언제 병원에 가야할 지 모르는 판국에 지금 친구 돈 빌려 줄 때냐고...
이미 친구 돈 빌려주고 못 받은 전과도 있는 터고, 전과가 없다 하더라도 이 판국에 친구 돈 빌려준다는 것으로 누가 들어도 말이 안되는 소리였습니다.
(말이 안되지만 꼭 해야 돼. 그래야 당신과 우리 아기가 아무탈 없이 건강할 수 있어.)

그렇습니다. 이 일은 아내와 우리의 첫 아이를 지키는 일이였습니다. 명분, 이유..이런 건 중요치 않았죠.
결국, 아내와 약간의 말다툼을 하고 일방적으로 10만원을 들고 나왔습니다. 아내의 동의를 구하지 못했었기에 40만원을 다 들고 나오진 못했죠.. 아마, 10만원이 아내와 나름의 협상안이였던 것 같습니다.

돈을 들고 집앞에서 기다리는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갔는데, 이미 밤이였고 산길로 들어가니 어딘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제사상과 같이 정성스러운 음식 차려진 상이 있는 방안으로 들어 갔습니다. 
하얀 한복으로 갈아입고 상 앞에 섰습니다.


그러고는 옆에서 제사문을 읽는 듯한 어투로 6배하고 좌로 3배 우로 2배 등등 지시에 따라....총 49배를 했습니다.
(정확치 않으나 총 49배 정도 였습니다. 아..이 의식 마치고 나서 알았는데 여기가 대순진리회더군요....^^)

이렇게 첫 아이를 맞이하기 하루 전 아빠는 아기와 아내의 무탈을 위해 49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아내와 우리 아이는 아무 문제없이 건강할꺼야^^'

남편으로써 조만간 첫 만남을 가질 아빠로써 내가 이들을 지켜냈으니 얼마나 뿌듯했겠습니다.
우리 가족을 해하려 드는 악의 물리를 아빠의 의지와 힘으로 물리쳤으니...
이제는 조금 불안감이 가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 음식 음복하고 집으로 오는데, 당시 무전기와 같은 전화기로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가 나오려나 부다고 진통이 규칙적으로 온다고...

당시 차가 없었기에 형에게 전활했고, 집에 도착하자 마자 병원으로 달렸습니다. 역삼동에 있는 병원으로...
(이때 심정은 이미 아내와 아이의 건강을 지켜낸 후이니 나름 안심하고 있는 상황이였죠...ㅎ)

아이있는 집은 아시겠지만, 진통이 오는 순간에는 정말 고통스러워 합니다. 잠시 진통이 멈추면 또 얘기를 할 수 있구요. 차안에서 아내는 제왕절개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자연분만 하겠다고...
임신성 당뇨때문에 다닌 내과에서 자연분만해도 괜찮겠다는 의견을 줬고, 첫 출산의 무서움과 함께 아내는 칼을 대는 것 자체를 무척 싫어 했습니다. 그래도, 산부인과에서는 제왕절개해야 한다고 한 터라 심히 걱정되는 상황인데, 이미 49배의 정성이 있으니 자연분만 문제 없을 꺼라는 생각을 스친면서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병원에 밤 12시 20분 도착. 병원측에 문제시 책임진다는 각서를 쓰고 자연분만으로 유도해 달라고 했습니다.
금방 나올 꺼라는 우리의 예상을 깨고 아이는 좀 처럼 나오지 않았습니다.
초초히 기다리고 있는데 새벽 4시를 지나면서 눈이 오더군요. 우리의 첫 아이를 반기는 눈이.....
49배의 정성이 내린 선물일까...^^

아침이 되고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데, 탈랜트 김희애씨가 휠체어에 타고 지나가더군요.
휠체어를 타고 나오면 자연분만이며, 이동식 침대에 누워 나오면 제왕절개라 의미죠.
아내도 휠체어 타고 나와야 하는데.....
걱정반 불안반으로 꼬박 24시간을 지나서야 ...
간호사가 부르는데,  ... "축하합니다. 예쁜 딸아이입니다."

자연분만에 성공했고 건강한 딸 아이가 태어났답니다. 당연히 산모도 건강했구요.
휠체어를 타고 나오는 아내가 너무도 자랑스럽더군요.

임신성 당뇨도 출산 후 자연스레 수그러 들었고, 아내는 그 이후 약한 몸임에도 둘째, 셋째까지 순산했죠...^^
당시 병원에서 아들일 꺼란 암시를 줘서 파란색 이불에 남자아이 옷, 장난감도 남자용으로 준비했는데...
덕분에 우리 큰 딸 파란색 이불덥고 컸죠...ㅎ

우리 경우를 보면 병원말 너무 믿을 꺼 못되는 것 같더군요.
특히 제왕절개해야 한다는 말은 다분히 상술일 수 있으니 다시 한번 짚어보고 넘어가시길 바랍니다. 

                     < 건강하고 이쁘게 자라고 있는 우리 첫 아이~>

지금은...가끔 아내와 이 때 얘기하면서 껄껄 웃습니다. 이제는 좋은 추억꺼리가 돼 버린거죠. 잊을 수 없는...
다시 생각하면 참 어의없는 아빠의 행동이였지만 우린 감사하게 생각한답니다. 
어쨌든 그 해프닝의 결과는 아이와 엄마가 모두 건강했으니.....^^
이 얘기 나올때마다 난 항상 얘기하죠.

 
 "그래도 내 정성 때문에 당신도 큰 딸도 건강한 거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