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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여행

딸아이, 길거리 캐스팅 그리고 카메라 테스트 받은 사연...

by 카푸리오 2010. 7. 12.
벌써 한 3년여 전의 일입니다. 여느 날처럼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는  학원을 갔다 왔고, 저녁이 돼서야 한 손에 명함을 한 장 들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주워온 줄 안 아내는 딸아이에게 야단을 쳤습니다.

아   내: "그런 걸 뭣 하러 주워 들고 집에까지 들어와~"
딸아이: "이거 주운 거 아냐, 어떤 아저씨가 엄마 갔다 주라면서 준 거야."

아이에게서 명함을 건네 받은 아내는 자세히 들여다 보더니 연예인기획사 명함인 것을 알고, 순간 멍~해 졌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직장에 있는 저에게 전화를 했더군요.

퇴근하고 와 보니, 이 명함이 글쎄 맞더군요..여의도에 KBS 별관 앞에 있는 연예인 관련 에이젼시 회사가. 아내와 전 우리 애가 '길거리캐스팅'된 거 아니냐며, 마치 연예인 데뷔한 것처럼 몹시 흥분했습니다. 아직 어린데 연기는 힘들꺼야, 첨엔 그냥 CF모델만 시키자 등등 보통 그렇듯이 김칫국 실컷 들이키며 앞서가기 시작했죠.



딸아이가 조금 이쁘장하게 생겼는데 연예인 시켜도 되겠다는 소리를 평소에 좀 들었던 터라, 우리는 아니 흥분할 수가 없었죠...^^ 다음 날, 명함을 보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   : "딸아이가 명함을 들고 왔는데, 어떻게 주신 건가요?"
상대: "혹시 어느 학교 다니죠?"
나   : "ㅇㅇ초등학교 다닙니다만..."
상대: "네~, 따님 카메라 테스트 한 번 해 보고 싶은데, 괜찮으시면 저희 회사로 한번 나오시겠습니까?"

이렇게 통화를 하고 나니, 더 설레이더군요. 우리 아이가 정말 연예인 데뷔한 것처럼요. 그런데, 딸아이가 조금 내성적인 편이라 밖에 나가면 얘길 잘 안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아내와 전 딸아이를 교육시키기 시작했죠.

"재즈댄스 배운 거 중에 자신있는 걸로 하나면 추면 돼. 별거 아니야"

어른들이 억지로 우겨서 딸아이는 하기로 억지 대답을 했죠. 몇 번 연습도 시켜가며, 토요일에 여의도 사무실을 찾아 갔습니다. 어디서 많이 보던 분이 상담을 해 주시더군요. 이름이 가물가물한데, 아역배우 출신이였습니다. 지금은 활동을 안하고 에이젼시에서 매니저일만 한다고 하더군요.

본인이 활동했던 사진 보여주며 소개를 먼저하더군요. 그러면서, 우리 아이가 카페라와 잘 어울일꺼 같아서 테스트를 한 번 해보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물었죠. 카메라 테스트 받고 나선 어떻게 되는 거냐고요. 카메라 테스트를 받고 통과하면 영상을 담아 KBS 방송국에 보내게 되는데,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캐릭터면 출연요청이 온다고 하더군요.

겉으로 덤덤해 하면서도 속으로 뭔가 되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저런 상담을 마치고 카메라방으로 이동 했습니다. 사각의 조용하고 삭막해 보이는 방으로 들어가 카메라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내성적이던 딸아이 카메라 앞에서 주눅이 들었는지 얼어붙은 채 움직이지를 못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동상이 된 채 전혀 움직이지 않더군요.

도저히 카메라 테스팅이 안되는 상황이였습니다. 그 매니저분 집에서 조금 연습해 오시는 것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주일 후로 다시 약속하고 돌아 왔습니다. 근데, 딸아이 집에서도 어르고 달래도 죽어도 안하겠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꼬셔도 아이의 마음을 바뀌지 못한 채 우리 부부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그냥 포기를 하게 됐습니다. 말 억지로 물 못 먹이다고 하더니 아직 아이지만 마음 바뀌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렇게, 일주일 후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그로부터 한 일년 후, 다른 에이젼시에서 전화가 왔더군요. 작년에 카메라 테스트 했었냐며 안했다면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아마, DB가 서로 공유되지 않나 싶습니다. 이렇게 우리 아이의 '길거리캐스팅'은 그냥 해프닝 정도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끝난 것이 우리 부부에게는 무척이나 아쉬웠고, 아이에게는 천만다행이였죠.

이 이야기를 하면 어떤 사람은 연기학원 다니게 할려고 한다는 소리도 하고, 어떤 사람은 다시 잘 키워봐라는 사람도 있는데, 이제는 그냥 작은 추억으로 남게 되었군요.

딸아이가 현재는 초등학교 5학년인데, 몸매가 참 이쁘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모라서 더 그렇겠지만...
'리틀 김태희'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죠...^^

내성적인 성격이 교회서 율동부며, 학교에서 재즈댄스, 라인댄스며 댄스는 참 좋아합니다. 여전히 잘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연예계가 많이 힘들어 보여서 해도 아나운서가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어떤 일을 하든 이렇게 아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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