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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여행

수양대군 이정재 포텐셜 폭발, 충무로 핵으로 자리잡을까

by 카푸리오 2013. 9. 27.

'관상'이 700만을 돌파했습니다. 호화 배우진의 멀티 캐스팅 영화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가장 주목을 받은 배우는 아무래도 수양대군 역의 이정재 씨가 아닐까 싶네요.

 

 

 

 

이정재는 역사 속의 실존 인물 세조, 즉 수양대군을 연기 했는데요, 그 특유의 카리스마와 연기, 발성법 등으로 현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수양대군은 '이리의 상'으로 묘사돼 '호랑이의 상' 김종서와의 알력다툼 끝에 승리하여 어린 단종의 왕위를 찬탈합니다. 현 시대의 역사 속에서 세조와 그를 도왔던 한명회, 신숙주가 역사의 저평가를 받고 있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세조를 '매력있는 악인'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한 이정재의 연기가 꽤나 놀랍습니다. 

 

영화 시작 한시간 정도 만에 등장하는 데요 등장씬에서부터 그 존재감이 폭발합니다. 남성다움, 폭력성, 호방함, 의리의 모습이 공존하는 듯한 차림새와 행동, 표정입니다. 발성에 공을 들였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는데요, 실제로 이정재는 촬영 시작 두시간 전부터 발성연습을 했다고 하네요.

 

영화 자체에 아쉬움은 남습니다. 역사적인 사건인 계유정난을 다루기에 전개를 충분히 예상하면서 볼 수 밖에 없는데요, 그 점을 상쇄할만한 특별한 연출은 보이지 않습니다. 스케일을 크게 해서 흥미 위주의 액션신을 보여주던가 세조의 좀 더 복잡한 갈등선 등을 보여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마디로 너무 전형적입니다.

 

김종서는 역모를 막는 충신이요, 세조는 역모를 일으키는 반역자이며, 그저 그 사이에 주인공이 송강호일 뿐 입니다. 절대선 대 절대악의 개념으로, 구조가 상당히 단순하고 흥미를 유발하지도 못합니다. 실제로 700만이 넘었지만 재미 없었다는 관객도 다수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김종서를 잡으러 갈 때도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몇 명 데리고 가서 죽이고 그냥 끝나죠. 누구나 그 씬에서 김종서가 죽을 것을 알고 있음은 물론, 그 과정도 흥미로 떨어집니다. 예상 외로 저예산 인 것 같은데요 직접적으로 말하면 시나리오를 좀 더 잘썼으면 좋았겠네요.

 

어쨋든 이정재가 충무로의 핵으로 자리를 굳히게 된 영화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이정재 재조명의 시작점은 바로 '도둑들' 입니다.

 

 

 

 

주인공에 멋진 역만 맡던 이정재가 비열한 조연으로 변신 합니다. 실질적인 주인공은 김윤석이죠. 김윤석에 의해 콧수염이 띠어 지는 장면이나 굉장히 가벼운 톤의 어조로 욕설을 뱉는 이정재의 모습은 분명 변신 그 자체였습니다. 도둑들은 관상과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멀티캐스팅 영화인데요, 이런 구조는 모두가 튀려고 하면 모두가 죽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적절한 역할분배가 이뤄져야 하죠. 이정재는 여기서 자신이 맡는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고 연기함으로써 영화 전체를 살립니다.

 

바로 도둑들에서 이정재의 연기 스펙트럼이나 활용도가 재조명 된 것으로 봅니다.

 

 

 

 

도둑들이 이정재 연기 변화의 서막이었다면 '신세계'는 이정재가 연기파 배우로 분류될 수 있도록 해줬죠. 사실 이정재는 원래 연기력이 떨어지는 배우가 아니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남자 배우는 묘하게 둘로 나뉘어 인식 됩니다. 미남배우와 연기파배우죠. 전자에 송강호, 김윤석, 최민식, 설경구 등이 있다면 후자에는 조인성, 정우성, 장동건 등이 있죠. 이정재는 데뷔 때 부터 워낙 미남배우로 통했으니 연기파 분류로 분류되지 못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습니다. 미남배우와 연기파배우의 타이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배우는 개인적으로 봤을 때 이병헌이 유일했죠.

 

 

 

 

 

이정재는 신세계에서 선과 악 경계의 모호성 때문에 갈등하고 고뇌하는 '이자성' 역할을 맡았습니다. 바둑판 위에 검은돌과 흰돌, 그리고 이를 내리치는 그의 모습에서 고뇌가 잘 드러나죠. 고도의 내면 연기가 필요한 역할이었는데 이정재는 이를 훌륭히 소화, 소평을 받게 됩니다.

 

사실 이자성 역할은 주목과 호평을 받기 상당히 어려운 역할이었다는 점에서 이정재의 가치가 더욱 올라갑니다. 왜냐면 황정민이 맡았던 '정청'의 존재감 때문입니다. 정청이란 캐릭터는 신세계를 끌고 나간 힘이었고 중심축이였으며, 한국 영화에서 보기드문 캐릭터였습니다. 정청의 반동인물인 이중구 역의 박성웅 씨의 존재감도 상당했고, 가운데 최고의 배우 최민식 씨 까지 있어 이자성은 자칫 존재감 없는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정재는 이를 극복하고 연기파 타이틀을 거머쥐게 됩니다. 이 역시 자신의 역할에 대한 뛰어난 이해도와 몰입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거듭되는 고뇌와 결단 그리고 선택. 이윽고 거머쥐는 야망. 완벽했습니다.

 

 

 

위에 소개한 세개의 영화들로써 이정재는 톱배우의 반열에 다다르고 있으며, 충무로의 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정재의 연기활약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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